일본 여행이라고 하면 도쿄의 네온사인, 오사카의 번화가, 교토의 고즈넉한 골목을 먼저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오키나와 본섬에서 다시 남서쪽으로 내려가면 우리가 알던 일본과 전혀 다른 풍경이 나타납니다.
그곳이 바로 야에야마 제도의 관문인 이시가키섬입니다. 대만과 가까운 일본 남서쪽 끝자락에 자리한 이곳에서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아열대 정글, 류큐 전통문화와 미국 문화의 흔적을 한 번에 만날 수 있습니다.
현재 인천에서 이시가키까지 직항편이 운항되고 있어 과거보다 접근성도 좋아졌습니다. 비행시간은 일정에 따라 약 3시간 안팎으로, 긴 휴가를 내지 않아도 이국적인 섬 여행을 계획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살펴볼 이시가키의 다섯 가지 반전
- 일본 최고의 바다지만 해변 수영이 금지된 카비라만
- 희귀한 생물을 먹는 것보다 지키는 여행
- 류큐와 미국 문화가 겹쳐진 730 교차로와 A&W
- 15분 만에 시간이 느려지는 타케토미섬
- 불편함을 감수해야 만날 수 있는 이리오모테의 야생

1. 이시가키는 어디에 있을까?
이시가키섬은 오키나와 본섬에서 약 400km 남서쪽에 위치한 야에야마 제도의 중심 섬입니다. 일본 영토이지만 지도에서 보면 오키나와 본섬보다 대만에 더 가까운 위치에 있습니다.
섬 남부에는 공항과 시가지, 항구가 모여 있으며 이시가키항에서는 타케토미섬, 이리오모테섬, 고하마섬 등 주변 섬으로 향하는 페리를 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시가키는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라 야에야마 제도 여행의 베이스캠프에 가깝습니다.
| 위치 | 오키나와 본섬 남서쪽 야에야마 제도 |
|---|---|
| 주요 교통 | 항공편, 렌터카, 노선버스, 주변 섬 페리 |
| 대표 명소 | 카비라만, 730 교차로, 타마토리자키 전망대 |
| 추천 여행 기간 | 이시가키만 2박 3일, 주변 섬 포함 3박 4일 이상 |
여행 전 확인
항공편과 페리는 태풍과 강풍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여름과 초가을에는 출발 직전까지 운항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일본 최고의 바다지만 수영은 금지된 카비라만
이시가키를 대표하는 풍경은 단연 카비라만입니다. 하얀 모래와 짙고 옅은 푸른색이 겹쳐진 바다는 사진만 보면 몰디브나 남태평양의 휴양지를 연상시킵니다.
카비라만은 미슐랭 그린 가이드에서 별 3개를 받은 장소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을 눈앞에 두고도 해변에서 자유롭게 수영하거나 스노클링할 수는 없습니다.
카비라만에서 수영할 수 없는 이유
카비라만은 조류가 강하고 배가 드나드는 구역이 있어 안전상의 이유로 해변 수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산호초와 해양 생태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도 함께 작용합니다.
대신 관광객들은 바닥이 투명한 글라스보트를 타고 산호와 열대어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바다에 직접 들어가지 않아도 수면 아래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카비라만 여행 포인트
전망대에서 전체 풍경을 먼저 감상한 뒤 해변으로 내려가고,
날씨가 맑다면 글라스보트를 이용하는 순서가 좋습니다.
흐린 날이나 바람이 강한 날에는 수중 시야가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3. 희귀한 것을 먹는 대신 지키는 여행
섬 여행에서는 평소 보기 어려운 해산물이나 희귀 생물을 맛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시가키와 주변 섬에서는 거대한 육상 갑각류인 코코넛크랩을 관광 콘텐츠로 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희귀한 생물을 직접 잡거나 서식지를 찾아가는 행동은 지역 생태계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여행자가 한 번 남기는 발자국은 작아 보여도 같은 행동이 반복되면 서식 환경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책임감 있는 섬 여행 방법
- 야생동물을 만지거나 먹이를 주지 않습니다.
- 허가되지 않은 채집과 포획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 산호와 별 모래를 기념품으로 가져오지 않습니다.
- 야간 생태 투어는 현지 전문 가이드와 함께합니다.
- 쓰레기와 일회용품 사용을 최대한 줄입니다.
책임여행은 여행의 재미를 포기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 장소가 앞으로도 같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여행 방식의 경계를 정하는 일입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발견했다면 위치를 무조건 공개하기보다, 해당 지역의 보호 규정과 현지 가이드의 안내를 먼저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4. ‘730’과 A&W에 남은 미국 문화의 흔적
이시가키 시내를 걷다 보면 숫자 세 개가 새겨진 730 기념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처음 보면 버스 번호나 주소처럼 보이지만, 이 숫자는 오키나와 현대사를 상징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통치 아래 있던 오키나와에서는 차량이 도로 오른쪽으로 다녔습니다. 오키나와가 1972년 일본에 반환된 뒤에도 우측통행은 한동안 유지됐고, 1978년 7월 30일에 일본 본토와 같은 좌측통행으로 전환됐습니다.
‘730’은 바로 이 날짜를 의미합니다. 단순한 교차로 이름이 아니라 오키나와가 겪었던 정치적·사회적 변화가 압축된 숫자인 셈입니다.
맥도날드보다 먼저 들어온 A&W
미국 문화의 흔적은 음식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A&W는 오키나와가 일본에 반환되기 전인 1963년에 첫 매장을 열었습니다. 이는 도쿄에 맥도날드 1호점이 문을 연 1971년보다 8년 앞선 시기입니다.
A&W의 대표 음료인 루트비어는 이름과 달리 술이 아닌 탄산음료입니다. 여러 허브의 향이 섞여 있어 한국 여행객 사이에서는 약초나 파스 같은 맛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취향은 매우 갈리지만 오키나와의 미국 문화 흔적을 경험한다는 의미에서는 한 번쯤 도전할 만합니다.

미국 문화와 류큐 전통이 겹쳐지는 풍경
이시가키에서는 햄버거와 루트비어를 먹고 몇 분만 걸으면 산신 연주가 흐르는 선술집과 붉은 기와를 얹은 전통 가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질적인 문화가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섬의 일상 안에 함께 존재한다는 점이 이시가키 여행을 더욱 흥미롭게 만듭니다.
5. 페리로 10~15분, 시간이 느려지는 타케토미섬
이시가키항에서 고속선을 타면 약 10~15분 만에 타케토미섬에 도착합니다. 이동 시간은 짧지만 항구를 벗어나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마을에는 붉은 기와지붕과 산호 돌담, 하얀 모래길이 이어져 있습니다. 지붕과 담장 위에서는 액운을 막는 수호상인 시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섬은 규모가 작아 도보나 자전거로 둘러보기 좋으며, 물소가 끄는 수레를 타고 산신 연주를 들으며 마을을 돌아보는 체험도 유명합니다.
수영할 수 있는 콘도이 비치
카비라만에서 바다를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면 타케토미섬의 콘도이 비치에서는 잔잔하고 얕은 바다를 직접 즐길 수 있습니다.
하얀 모래와 투명한 물빛이 인상적이며 비교적 수심이 얕아 휴식과 물놀이 장소로 사랑받습니다. 다만 해수욕 가능 시기와 당일 기상 상태는 현장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별 모래는 가져가지 말고 관찰하기
타케토미섬의 카이지 해변은 별 모양의 작은 알갱이로 유명합니다. 별 모래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유공충이라는 작은 해양생물의 껍질이 쌓인 것입니다.
해변에서 별 모래를 발견하더라도 직접 가져가서는 안 됩니다. 사진으로 기록하고 현장에서 관찰하는 것이 타케토미섬의 자연을 존중하는 방법입니다.
6. 불편함이 입장료가 되는 이리오모테섬
야에야마 제도에서 더 깊은 자연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리오모테섬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섬의 대부분은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산악지대와 아열대 숲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리오모테섬은 이리오모테·이시가키 국립공원의 중심 지역이며, 2021년에는 오키나와 북부와 아마미 지역 등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습니다.
맹그로브 카약과 정글 트레킹
대표적인 체험은 맹그로브 숲을 따라 이동하는 카약과 정글 트레킹입니다. 잘 닦인 도심 관광지처럼 편하지는 않습니다. 옷이 젖고 진흙이 묻으며 더위와 습도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맹그로브 사이를 조용히 지나고 숲 깊숙한 폭포에 도착하는 경험은 리조트 안에서 바라보는 자연과는 전혀 다른 감각을 줍니다.

야에야마 반딧불이는 계절을 확인해야 한다
이리오모테섬에서는 계절에 따라 야에야마 반딧불이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반딧불이 활동 시기는 매년 기온과 날씨에 따라 달라지므로, 이를 목적으로 여행한다면 현지 투어 운영 여부를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야간 생태 체험은 어두운 숲에서 진행되므로 개별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생태와 안전수칙을 아는 현지 가이드와 동행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7. 이시가키 여행 일정은 어떻게 구성할까?
| 일정 | 추천 코스 |
|---|---|
| 1일 차 | 이시가키 도착 → 시내 → 730 교차로 → 현지 음식 |
| 2일 차 | 카비라만 → 글라스보트 → 전망대 → 북부 드라이브 |
| 3일 차 | 타케토미섬 → 전통마을 → 콘도이 비치 → 이시가키 복귀 |
| 4일 차 | 이리오모테섬 가이드 투어 또는 이시가키 남부 휴식 |
2박 3일이라면 이시가키 본섬과 타케토미섬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이리오모테섬까지 방문하려면 3박 4일 이상이 편합니다.
주변 섬을 지나치게 많이 넣으면 페리 이동과 대기 시간이 늘어나므로, 하루에 한 섬 정도만 방문하는 일정이 현실적입니다.
8. 이시가키 여행 전 체크리스트
- 항공편과 페리의 최신 운항 여부 확인
- 국제운전면허증과 렌터카 예약 여부 확인
- 자외선 차단제, 모자, 긴팔 래시가드 준비
- 아쿠아슈즈와 방수 가방 준비
- 태풍 발생 시 대체 일정 마련
- 현금만 받는 소규모 점포에 대비해 일부 현금 준비
- 산호, 별 모래, 야생생물 채집 금지
- 정글 투어는 복장과 연령 제한 확인
9. 자주 묻는 질문
인천에서 이시가키까지 직항편이 있나요?
현재 인천과 이시가키를 연결하는 직항편이 운항되고 있습니다. 다만 노선과 운항 횟수는 시기별로 변경될 수 있으므로 항공권 예약 전에 최신 일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시가키 여행은 렌터카가 꼭 필요한가요?
시내와 항구 주변만 여행한다면 버스와 택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카비라만과 북부 전망대 등 여러 장소를 하루에 둘러보려면 렌터카가 편리합니다.
카비라만에서는 정말 수영할 수 없나요?
카비라만 해변에서는 수영과 스노클링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조류가 강하고 관광 보트가 운항되는 구역이므로 현장 안내를 따라야 합니다.
타케토미섬은 당일치기가 가능한가요?
이시가키항에서 고속선으로 약 10~15분 거리이므로 당일치기가 가능합니다. 전통마을과 콘도이 비치를 함께 보려면 반나절 이상을 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시가키와 이리오모테 중 어디에서 숙박하는 것이 좋나요?
첫 방문이거나 여러 섬을 둘러볼 계획이라면 교통과 식당이 편리한 이시가키에 숙박하는 편이 무난합니다. 정글과 야간 생태 체험에 집중하고 싶다면 이리오모테 숙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10. 결론: 다음 일본은 도시가 아닌 섬일지도 모른다
이시가키와 야에야마 제도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일본의 모습과 다릅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아열대 정글이 있고, 류큐의 전통과 미국 문화의 흔적이 함께 남아 있습니다.
카비라만에서는 아름다운 바다를 눈앞에 두고 수영을 포기해야 하며, 타케토미섬에서는 별 모래를 발견해도 가져오지 않아야 합니다. 이리오모테에서는 자연을 만나기 위해 땀과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런 제약은 여행을 방해하는 규칙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경계가 있었기 때문에 이시가키의 자연이 지금까지 남아 있을 수 있었습니다.
이시가키 여행의 진짜 반전
가장 아름다운 여행은 자연을 마음껏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여행을 마친 뒤에도 그 자연이 같은 모습으로 남도록 행동하는 것인지 모릅니다.
여행 정보 안내
항공편, 페리 시간, 입장료, 해수욕 가능 여부와 투어 운영 일정은 날씨와 현지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실제 여행 전 항공사와 관광시설, 현지 운항사의 최신 공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